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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4

여행에서 길을 잃다. 1. 길을 잃어버리다. 몇해 전 미국을 여행한 적이 있습니다. 미국 몇개 도시의 대학, 기업, NGO 등을 견학하는 필드 스터디의 일정이었지요. 3주간의 여행 중 그 마지막 도착지는 시카고였습니다. 뉴욕과 워싱턴 D.C. 보스턴을 거쳐 시카고에 이르렀을 즈음에는 이제 어느새 여행에 익숙해져 처음 미국 땅을 밟았을 때 느꼈던 두려움과 걱정 따위는 사라져버리고, 여행이 막바지에 이르렀다는 아쉬움만 남아 있었습니다. 시카고의 일정도 어느정도 익어갈 무렵 휘튼 칼리지를 방문했습니다. 본래 목적은 그 곳에 위치한 빌리 그래함 센터에 들리는 것이었습니다. 함께 한 동료 들이 빌리 그래함 센터에서 시간을 보내고 있을 때 혼자 몰래 그 곳을 빠져 나왔습니다. 휘튼 대학, 95년이던가요? 휘튼 칼리지를 휩쓸었던 부흥의.. 더보기
시 - 시골길 풍경화 오늘도 동네 입구 구멍가게 김씨는 문 앞 판자대기 위에 걸터 앉아 버스한대 뒷구녕으로 뿌리고 간 흙먼지 자욱한 길을 쳐다본다. "고놈의 뻐스, 뒷방구한번 고약하네" 툴툴대며 피워 올린 회색빛 담배 한 모금에 가게 안에선 악다구니 마누라가 눈을 흘기고 버스에서 내린 꼬마 아가씨, 마누라 퉁퉁 부은 손주먹에 동전 하나 쥐어 주곤 마누라 손주먹만한 하드 하나 입에 물었다. "거, 언제나 여기도 아스팔트 길이 난다냐?" 오늘도 버스 한 대, 흙먼지 낀 뒷구녕으로 마을 어귀 비포장 길을 흩뿌리며 지나갔다. - 야기꾼 시(詩) - '시골길 풍경화' 더보기
이야기 중독 나는 이야기 중독입니다. 책을 읽을 때에도, 영화를 볼 때에도, 음악을 듣거나 그림을 볼 때도 나는 늘 그 모든 것들에서 이야기를 뽑아내려합니다. 길에서 마주치는 사람들의 표정 속에서 어느집 간판에서도 나는 늘 새로운 이야기를 읽곤 합니다. 생각해 보면 어린시절부터 였습니다. 사랑이 뭔지조차 제대로 모르던 꼬마 시절에 테오토르 쉬토름의 소설 '호수'를 읽었습니다. 첫사랑의 아픈 기억과 한 남자의 일생이 그 어린 나이에도 너무나 가슴에 남아서 읽고 또 읽고 하다가 내용을 모조리 외어버린 적이 있습니다. 학교 운동장 한 귀퉁이에서 친구들을 모아놓고 이 소설의 슬픈 사랑 이야기를 침을 튀기며 구연하던 그 저녁 무렵에 이미 나는 이야기와 설레이는 만남을 시작했던 것 같습니다. 막연히 사랑을 동경하며 열병을 앓던.. 더보기
거인과 마주서서 2006년 9월 29일 미국 전역의 430여개 극장에서 한 영화가 개봉했습니다. 미국에서 가장 인기 있는 스포츠인 미식축구를 소재로한이 영화는 개봉하자마자 관중동원 13위를 기록했습니다. 같은 날 개봉한 영화 중에서는 3위의 성적이었습니다. 이 영화의 제작비는 단돈 1만달러 우리 돈으로 치면 약 1억원 정도였습니다. 이 영화를 제작한 곳은 조지아주 알바니에 위치한 셔우드 침례교회입니다. 영화 제작 비용 모두를 교회 성도들이 모금하여 마련했고, 실제 촬영과 제작, 물론 연기까지도 교회의 성도들이 자원봉사로 참여했다고 합니다. - 아래의 내용은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 Facingthe Giants, 번역하자면 '거인과 마주서서'라고 이름 붙일 수 있는 이 영화는 한 기독교계 고등학교의 미식축구팀 .. 더보기
옥루몽 소회 '화설 옥경 십이루에 그 하나는 가로되 백옥루니, 제도가 굉걸하고 경개 통창하여 서쪽으로 도솔궁을 이웃하고, 동으로 광한전을 바라보니, 옥창주호에 서기 어리었고 취와홍영이 벽공에 솟았으니, 상청수관 중 제일이라. 옥제 일찍 옥루를 중수하시고 모든 선관 데리고 큰 잔치로 낙성하실새, 난성 봉관에 요랑하며 우의예상은 풍편에 표요하니 옥제 파리배에 유하주를 부어 특별히 문창성군을 주시며 백옥루 시를 지으라 하시니, 문창이 취흥을 띠어 수불정필하고 삼장 시를 아뢰니,...' 오랫만에 옥루몽을 들쳐보았습니다. 대학시절 고전소설강독 수업에서 가장 넘기 힘들었던 산이던 책입니다. 대학 3학년에 복학하기 전 이야기꾼은 무척이나 두려움에 떨고 있었습니다. 건강 문제로 수업을 전혀 들을 수 없었던 2학년 시절이 몇 해나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