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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가 숨쉬는 책장

아름다움이 우리를 구원할까? 아름다움이 우리를 구원할까? - 영화 를 보고 "아름다움이 세상을 구원할 것이다." Красота спасет мир - 도스토예프스키, '백치' 중에서 아름다움이 과연 우리에게 구원이 될 수 있을까? 꿈을 잃고 의지를 잃고 30년을 헤매인 사람들에게, 권력에 의해서 무자비하게 짓밟힌채로 음악을 잃고 친구를 잃고 가족마저 잃어버린 낙오자들에게 과연 예술이 구원이 되어줄 수 있을까? 30년전의 아름다움 따위가 당장 오늘의 배고픔을 해결해줄 수 있을까? 권력에 밟히고 세상에 치인 힘없는 사람들에게 '아름다움' 따위의 관념적인 언어가 과연 구원이 되어줄 수 있을까? 영화 는 러시아 문호 도스토예프스키의 이 수사를 을 통해서 실재화된 모습으로 보여주고 있다. 영화의 주인공이자 볼쇼이 오케스트라의 명지휘자였던 안.. 더보기
거리두기를 배워간다 擊鼓催人命 (격고최인명) 回頭日欲斜 (회두일욕사) 黃泉無客店 (황천무객점) 今夜宿誰家 (금야숙수가) 울리는 저 북소리 이 내 목숨 재촉하는데 고개를 돌려보니 서산 해가 저무는구나 황천가는 길에는 객점하나 없다는데 오늘밤은 어느 집에서 묵고가리 어린 시절 사육신의 전기에서 읽었던, 성삼문의 한문 시조 한 자락이다. 며칠전 지인들과의 만남 자리에서 돌아가며 시조나 한 자락씩 읊어보자는 누군가의 뜬금없는 제안을 듣고 불쑥 떠오른게 이 성삼문의 시조였다. 사육신으로서 단종에게 충성과 신의를 다하기 위해 수양대군을 몰아내려다 형장의 이슬로 사라져간 사람, 그가 형장으로 가면서 읊었다는 이 시조는 어린 마음에 깊이 박혀와서 부러 외우려고 하지 않아도 끈덕지게 머리 속에서 떠나가지를 않았다. 낭만적인 사람으로 보이고.. 더보기
월드컵과의 질긴 악연에 대하여 4년에 한번, 온 국민이 모두 정신줄을 놓아버리는 시간이 있다. 축구공 하나에 모두가 열광하고 모두가 탄식하게 만드는 전 세계가 축구공 하나로 즐거운 축제, 바로 월드컵이다. 딱히 스포츠를 즐기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축구문화사에 관심이 많은 관계로 주요 축구 리그 소식들에 목말라하고 국가대표들이 맞붙는 A 매치때마다 "대한민국"을 목청껏 외치는 사람중 하나로서 이 월드컵이 참으로 반갑지 않을 수 없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이 월드컵과 나는 인연이 좋지 못하다. 축구에 관심이 별로 없던 어린시절이었던지라 내가 기억하는 최초의 월드컵은 1994년 미국 월드컵이었다. 유난히도 뜨거웠던 그 여름, 페트병에 차가운 물을 담아서 머리 위에서 계속 쏟아부으면서 공부를 해도 머리 속에 아무 것도 들어가지 않던 그 때.. 더보기
아날로그 라이프를 기억하며 1년여를 편리하게 사용하고 있던 넷북 하드가 그만 어제 숨을 멈추었다. 컴퓨터 안에 있는 각종 자료들을 열어보지도 못하고, 심지어 인터넷으로 월드컵 소식도 찾아보지 못하는 답답함에 하루종일 넷북을 뜯어보고, 포맷하고 다시 까는 소동 끝에 겨우 되살려 내었지만, 그만 그간 모아둔 각종 자료와 프로그램, 유틸리티들이 몽땅 사라져버렸다. 하루를 꼬박 보낸 소동 끝에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우리가 인터넷을 사용하게 된 것은 언제부터였을까? 인터넷 사용이 일반화되면서 조금이라도 궁금한 일들은 검색엔진을 통해 해결하는 일이 많아지면서, 인터넷이 없던 시절에는 어떻게 살았는지 기억도 나지 않게 되었다. 대학에 처음 입학했던 90년대 중반만 해도 컴퓨터의 사용이 지금같지 않았다. 리포트 용지에 볼펜으로 꾹꾹 눌러 .. 더보기
익숙할수록 쉽게 잊히는 것들 1. 내가 졸업한 대학 안에 호수가 하나 있었습니다. 일감호라는 이름의 나름 꽤 넓은 호수입니다. 어느 정도 넓으냐면 호수에 얼음이 얼고 눈이 내려 하얗게 덮여 버리면 처음 보는 사람은 왠 운동장이 이리 넓으냐고 오해할 정도였지요. 그런데 막상 그 대학 재학생들은 가끔씩 이 일감호를 인식하지 못할 때가 있음을 고백합니다. 바쁜 일상이 문제입니다. 학교 생활에 찌들어 살다보면 학교에 일감호가 있다는 사실 자체를 잊어버리게 됩니다. 워낙 넓은 학교인지라 강의실과 강의실이 참 넓습니다. 강의와 강의 사이 짧은 10분만에 옮겨다니기엔 벅찬 거리지요. 이 강의실에서 저 강의실로 정신 없이 뛰어다니다가 문득 고개를 돌려 보면 그 곳에 잔잔한 호수와 그 위를 노니는 오리 때가 눈에 들어오지요. 그렇게 눈에 들어온 호..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