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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詩)가 머무는 찻잔

시 - 봉숭아물 봉숭아물 여름이 물든 저녁 봉숭아꽃 움큼 따다 흰 햇살 설설 뿌려 하늘 위에 짓이기고 밤에도 푸른 잎새 붉은 꽃잎 살짝 덮어 실바람 칭칭 감아 손톱에 동여매면 새벽녘 찬 이슬로 은근슬쩍 내려 앉은 그리운 사람 하나 손톱에 물들이다 - 야기꾼 시(詩) "봉숭아물" 더보기
시 - 키 작은 나무 당신을 향한 내 마음은 키 작은 나무 아래 그늘 같아서 널따랗게 드리운 가지 아래 시원한 그늘을 드리우고 저만치 부는 산들바람이라도 불러와서 이마에 땀이나 닦아 주련마는 작은 가지 아래 드리운 좁다란 그늘 만으론 햇살도 채 가리우지도 못하고 가지 사이로 비추인 햇살에 눈이라도 찡그릴까 숨 죽이고 맘 죽이고 가만히 섰는 키작은 나의 사랑 - 야기꾼 시(詩 ) “키 작은 나무” 더보기
시 - 나뭇잎 소리 나뭇잎 바스락거리는 소리 봄 햇볕 따갑게 내리는 날에 햇살 사이로 부는 바람만큼 나뭇잎 흔들거리는 소리 아무도 귀기울여 듣지 않아서 아무도 마음곁에 두지 않아서 봄 햇살로 내려앉은 꽃잎들 바람결에 흩날리고 햇살은 성급하게 저물어가고 바람은 서툴러서 휘도는데 낮잠처럼 소곤거리는 나뭇잎 소리 - 야기꾼 시(詩) - '나뭇잎 바스락 거리는 소리' 더보기
시 - 봄맞이 봄이 오면 숨이 차서 반가운 설레임이 목구멍에 차올라서 봄풀내음 코끝 아려 아지랑이 언덕길을 달음박질 내달려서 머언 발치 하늘따라 내려앉는 봄눈송이 까치발로 바라보다 가지런한 봄꽃송이 고이 따다 곱게 말려 마음갈피 끼워 놓지 - 야기꾼 시(詩) - '봄맞이' 더보기
시 - 시골길 풍경화 오늘도 동네 입구 구멍가게 김씨는 문 앞 판자대기 위에 걸터 앉아 버스한대 뒷구녕으로 뿌리고 간 흙먼지 자욱한 길을 쳐다본다. "고놈의 뻐스, 뒷방구한번 고약하네" 툴툴대며 피워 올린 회색빛 담배 한 모금에 가게 안에선 악다구니 마누라가 눈을 흘기고 버스에서 내린 꼬마 아가씨, 마누라 퉁퉁 부은 손주먹에 동전 하나 쥐어 주곤 마누라 손주먹만한 하드 하나 입에 물었다. "거, 언제나 여기도 아스팔트 길이 난다냐?" 오늘도 버스 한 대, 흙먼지 낀 뒷구녕으로 마을 어귀 비포장 길을 흩뿌리며 지나갔다. - 야기꾼 시(詩) - '시골길 풍경화'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