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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가 숨어있는 가온글방..




이야기중독자 야기꾼


사람들은 무슨 생각을 하며 살고 있을까요? 어떤 꿈을 꾸고 어떤 사람들을 만나며 또 어떤 이야기들을 만들어가고 있을까요? 어떤 삶의 모습이라도 누구에게나 그 삶의 각기 다른 모습들과 이야기들로 가득하겠죠.

심리학자 칼 구스타프 융(C.G. Jung)은 신화를 일컬어  그 신화를 공유하는 한 민족이 공통적으로 향유하는 집단적인 무의식의 원형이라고 하였습니다. 즉 그 신화를 향유하는 집단이 공통적으로 가지고 있는 이야기들이 무의식적인 원형으로 신화 속에 녹아들어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즉 우리나라 사람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기 위해서는 우선 우리네 신화의 이야기들에 귀 기울여야 한다는 이야기이죠.

대학시절에 국문학을 공부하면서 서사무가를 통해 신화의 언저리에 발을 들이고, 신학대학원에 진학하여 성서이야기를 공부하면서도 여전히 신화의 그늘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얼치기 신학도가 이 블로그를 통하여 무슨 이야기를 할 수 있을까요?

영국의 신화학자이자 기독교 저술가였던 C.S. 루이스(C.S. Lewis)와 같은 사람이 오래전에 기독교 신앙과 이방의 허탄한 신화들 사이에서 겪었던 갈등을 고스란히 우리네땅으로 가져와  끌어안고 있는 야기꾼은 결국 누군가의 이야기처럼 경계선 위에서 줄타기하고 있는 모양입니다.

그래도 저는 이야기가 좋습니다. 농담처럼 이야기 중독이라고 할 만큼 이야기가 좋습니다. 소설을 보아도 영화를 보아도 또 거리에 지나가는 사람들의 표정만 보아도 그 뒤에 숨어 있는 이야기를 상상하고 즐거워하는 이야기 중독자입니다.

그래서 이 블로그는 글방입니다. 이야기가 흘러다니는 가온글방..
가온(gaon)이란 옛 이스라엘 히브리인들의 학술 공동체의 우두머리를 일컫는 이름이었습니다. 그리고 우리말 '가온'은 '가운데' '중심'을 뜻하는 말이기도 합니다. 한자로 가온(加溫)은 따뜻함을 더한다는 뜻을 가지고 있습니다.

사람은 누구나 외롭다..

제주도 신화 '원천강본풀이'에는 빈 들판에서 새 한마리를 벗 삼아 홀로 자라난 '오늘이'라는 여자아이가 나옵니다. 부모가 누군지도 모른채 자라나던 오늘이는 어느날 자신의 부모가 계절을 관장하는 곳 즉원천강을 지키는 일을 하며 살고 있다는 소식을 듣게 됩니다. 이 원천강은 사람이 들어갈 수 없는 저승의 세계에 속한 곳입니다. 부모를 만나고픈 마음에 길을 나선 오늘이는 홀로 하염없이 글만 읽고 있는 도령 장상이와 처녀 매일이, 꽃 한송이를 매달고 홀로 슬퍼하고 있는 연꽃나무, 하늘을 바라보며 속절없이 백사장을 뒹굴고 있는 큰 뱀 등을 만나며 이들의 도움으로 무사히 원천강에 이르러 부모님을 만나게 됩니다.

 

이 이야기는 계절을 다스리는 원천강의 이야기인데 그 뒤안에는 모든 인물들을 관통하는 '외로움'의 이야기가 흐르고 있습니다. 훌쩍 세상에 던져져 세상을 한 몸으로 감당해야 하는 인간의 숙명이 드러나고 있는 것이지요. 하지만 오늘이는 이 홀로된 외로움에서 주저 앉지 않았습니다. 수만 리 머나먼 길을 떠나 부모님을 만나고 뒤돌아서 다시 수만 리 길을 돌아오며 가는 길을 도와주었던 친구들의 어려움을 하나씩 도와주는 오늘이의 여정은 결국 오늘이를 하늘나라 선녀가 되어 원천강을 돌보며 사계절 소식을 세상에 전하는 일을 맡게 되며 끝이 납니다.


외로운 이에게 밥사발 같은 가온글방


이렇게 스스로의 외로움을 이겨내고 다른 이들의 외로움을 따뜻함으로 덮어주는 이야기가 좋습니다. 외로운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스스로 그 외로움을 이겨나기 위한 여정을 떠나는 오늘이처럼 이제 이 가온글방도 이 글방에 드나드는 모든 분들의 외로움을 떨어주는 따뜻한 이야기 방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이야기가 숨어있는 가온글방, 군대 간 아들을 위해 애태우는 어머니가 아랫목 이불 밑에 넣어두는 따끈따끈한 밥사발 같은 이야기, 길잃고 외로운 모든 이에게 내미는 밥 한사발 뚝딱 비우고 난 후 밥사발에 묻어 있는 밥풀같은 이야기 글방이 되고 싶습니다.


칼 구스타브 융 (Carl Gustav Jung) / 신경정신과의사
출생 1875년 7월 2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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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 S. 루이스 (Clive Staples Lewis) / 작가
출생 1898년 11월 2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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