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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詩)가 머무는 찻잔

시 - 숲의 시작 메마른 사막 같던 그 곳에 나무 몇 그루 심겨질 때는 아무도 그 작은 나무들이 숲의 시작이었음을 알지 못했지 자그마한 나무가 땅 밑으로 뿌리를 내리고 양분을 빨아 들이면서 가지가 자라고 가지에 잎사귀가 돋고 그 잎사귀 위에 벌레가 살고 벌레를 따라서 산새 몇 마리가 날아올 무렵에야 비로소 사람들은 그 곳에 푸른 숲이 생겼다는 것을 알게 되었지 어느 날 사람들이 나무 몇 그루를 베어 가기 시작했어 넓푸른 숲에서 그저 나무 한 그루 정도일 뿐 이었어 처음에는 한 그루씩, 다음에는 두 그루씩 그렇게 여러 나무들이 베어지고 어느새 그 곳에는 잘려 나간 나무들의 흔적만 덩그라니 남게 되었지 그제서야 사람들은 자신들이 베었던 나무 한 그루가 바로 숲이었음을 알았어 처음에 나무 몇 그루 심겨지면서 그 곳에 숲이 생겼.. 더보기
시 - 나무 그늘 오후의 숲 언저리에 따가운 햇살을 피해 숨어든 안락의 도둑 길게 드리운 나뭇가지 밑으로 나무의 오후를 빼앗았다. 햇살은 곧게 쏟아져 오후를 덮고 어느새 잠들어버린 숲 속 꿈 속에선 햇살이 달아났다. 나무 둥치 옆으로 기대 누워 가만히 코를 골다. - 야기꾼 시(詩) - '나무 그늘' * 2001년 국민카드 주최 사이버 문학상 입선작 더보기
시 - 시작은 누구에게나 시작은 누구에게나 힘든 일이지 한 곳을 향해 처음 눈을 드는 순간부터 한 쪽 발로 땅을 디디고 다른 발을 떼는 순간까지 시작은 누구에게나 무거운 일이지 뜨거운 마음 하나 심장에서 태어나서 신경줄을 타고 올라 머리 속을 헤집고는 다시 혈관을 타고 내려 몸을 덥히다가 쿵쾅거리는 심장, 벅찬 가슴에 멈추어 서서 차마 발을 떼지 못하고 망설일 때에 어깨위로 두른 팔 굽은 등을 두드리는 손마디에 조금씩 사그라드는 가슴 떨림이 다시 뜨거운 피가 되어 온 몸을 흐를 때에 비로소 시작은 힘찬 걸음을 옮기게 되지. 굳게 맞잡은 손 뜨거운 눈맞춤으로 함께 품은 마음 하나 서로 나누고 한 걸음 걸음 함께 걸을 때 시작은 어느새 끝에 이르지. - 야기꾼 詩 '시작은 누구에게나'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