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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가 숨쉬는 책장

사랑이 없이는 혁명도 없다.

Il n'y pas de revolution sans amour.

프랑스의 좌파 운동가 로제 가로디가 던진 말입니다. 그의 일생을 바쳐 일궈놓은 프랑스 공산당에서, 정치적인 문제로 로제 가로디는 쫓겨나는 신세가 되었습니다. 그의 축출을 논하는 회의장에는 한 영웅이 시대의 뒤안으로 사라지는 현장을 보도하기 위해 수 많은 기자들이 취재하고 있었습니다.

마지막까지 가로디는 신념을 버리지 않았고, 결국 그때문에 가로디는 그가 일궈놓은 공산당에서 쫓겨나는 신세가 되고 말았습니다. 힘 없이 회의장을 나와 차를 몰고 어디론가 떠나는 가로디를 신문 기자들이 뒤따라 추적했습니다.

가로디는 한참을 시내를 돌다가 어느 집 앞에 멈추어 섰습니다. 그 집은 가로디의 옛 연인의 집이였습니다. 그의 젊은 시절, 그는 수녀원에 들어가려던 한 여자를 만났고, 천상의 하나님보다, 이 세상의 굶어죽어가는 사람들이 더 중요하다고 그 여자를 설득해, 결국 수녀원에 들어가는 것을 막았었습니다.

하지만, 세월이 지나고 공산주의 투쟁 가운데 몇번의 감옥살이는 가로디를 그 여자에게서 떠나게 만들었습니다. 몇 십년만에 그 여자를 만나러 들어가는 가로디를 기자들은 끝까지 뒤쫓았습니다.

가로디가 그 집에 찾아갔을 때, 그 여자는 부엌에서 따뜻한 식사를 준비하고 있었습니다. 이제 나이가 든 그 여인이 누군가를 위해 저녁을 준비하는 모습을 보게된 가로디는 이렇게 오랜 시간이 흘러서 갑자기 찾아온 사실이 민망해졌습니다.

"어.. 미안하오. 내가 방해가 되었나 보구려..돌아가겠소"

어깨를 늘어뜨리고 돌아서 나가려는 가로디를 그 여자가 붙들었습니다.

"당신을 위해 준비한 식사예요. 라디오를 통해 계속 당신의 회의를 듣고 있었어요.    그렇게 쫓겨난 당신이 찾아갈 곳은 여기 밖에 없을거라고 생각했어요."

가로디는 여인이 준비해준 눈물젖은 그 음식을 먹으며 중얼거렸다고 합니다.

"사랑이 없이는 혁명도 없다."
"Il n'y pas de revolution sans amour."


모 TV CF를 흉내내어 말하자면 5월은 우리 주변의 사람들을 돌아보고 사랑할 수 있는 달입니다. 어린이날,  어버이날,  스승의날,  성년의날 이런 기념일들 속에서 우리 주변에서 우리를 사랑해주고 또 우리가 사랑하는 사람들을 돌아볼 수 있는 계절인것 같습니다.

하지만 때로 우리는 쉽게 그 사람들을 잊고 사는듯합니다. 하루 하루 힘든 세상 살아내기에 지쳐서, 때로는 사랑보다 더 귀하고 소중하다고 생각하는 어떤 이상이나 이념을 위하여, 꿈을 위하여 달려가다보면 조금씩 누군가에 대한 사랑을 뒤안에 놓게 됩니다.

"아마 그 사람은 이해해줄 수 있을거야" 내가 얼마나 힘들게 하루를 살아내는지 잘 알고 있을테니까, 내가 달려가고 있는 이 길이 얼마나 큰 꿈을 향해 놓여 있는지, 얼마나 소중한 가치를 위해 달려가는 길인지 그 사람은 잘 이해할거라고 믿습니다. 이 순간 내가 잠시 고개를 돌려 사랑을 표현해주지 않는다고 할지라도 그 사람은 잘 이해할거라고 말이죠.

그러나, 인생의 뒤안길에서 로제 가로디가 외친 한 마디 "사랑이 없이는 혁명도 없다"는 이 이야기가 지금 우리의 마음을 건드리는 것은 그렇게 쉽게 잊고 사는 사랑의 소중함을 다시금 되새기게 해주기 때문이 아닌가 싶습니다.

사랑, 사랑을 품은 사람들이야 말로 진정 위대한 사람들입니다. 서로를 사랑하는 그 사랑 하나만 있어도 벼랑끝으로 달려가는 이 시대의 물줄기를 돌이켜 놓을수 있습니다. 진정 이 시대를 변화시킬 혁명은 정치혁명, 이데올로기 혁명이 아니라 사랑 혁명이기 때문입니다.

기독교의 성서 중 '아가서'를 보면 '사랑은 죽음과 같이 강하고'라는 구절이 나옵니다. 모든 죽음을 이기는 힘, 모든 전쟁을 종식시키고, 칼을 녹여 쟁기를 만들게 하는 힘이 바로 사랑에 있습니다. 지금 이 순간 사랑이 우리 가슴에 있다면 우리는 죽음마저 이길 수 있는 진짜 큰 힘을 가진 사람들이 될 수 있습니다.

지금 누군가를 사랑하고 있습니까? 그 사랑에 마음을 주고, 그 사랑에 시간을 들이고, 그 사랑에 목숨을 걸고 있습니까? 지금 사랑하지 않는 자 모두 유죄라고 한 어느 작가의 책 이름처럼 지금 사랑하지 않는다면 혁명도 이데올로기도, 때로는 종교적 신념까지도 아무 소용이 없습니다.

"내가 사람의 방언과 천사의 말을 할지라도 사랑이 없으면 소리나는 구리와 울리는 꽹과리가 되고 내가예언하는 능이 있어 모든 비밀과 모든 지식을 알고 또 산을 옮길만한 모든 믿음이 있을지라도 사랑이 없으면 내가 아무 것도 아니요 내가 내게 있는 모든 것으로 구제하고 또 내 몸을 불사르게 내어 줄지라도 사랑이 없으면 내게 아무 유익이 없느니라."
                                                      - 신약성서 고린도전서 1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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