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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가 숨쉬는 책장

거인과 마주서서

2006년 9월 29일 미국 전역의 430여개 극장에서 한 영화가 개봉했습니다. 미국에서 가장 인기 있는 스포츠인 미식축구를 소재로한이 영화는 개봉하자마자 관중동원 13위를 기록했습니다. 같은 날 개봉한 영화 중에서는 3위의 성적이었습니다. 이 영화의 제작비는 단돈 1만달러 우리 돈으로 치면 약 1억원 정도였습니다.


이 영화를 제작한 곳은 조지아주 알바니에 위치한 셔우드 침례교회입니다. 영화 제작 비용 모두를 교회 성도들이 모금하여 마련했고, 실제 촬영과 제작, 물론 연기까지도 교회의 성도들이 자원봉사로 참여했다고 합니다.


- 아래의 내용은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

 

Facingthe Giants, 번역하자면 '거인과 마주서서'라고 이름 붙일 수 있는 이 영화는 한 기독교계 고등학교의 미식축구팀 감독에관한 이야기입니다. 선수인원이 고작 서른명 정도에 불과한 약소팀입니다. 챔피언팀인 자이언츠가 90명 가까운 인원을 보유한데비하면 3분의 1 정도에 불과한 규모의 팀입니다. 그나마 팀의 베스트 플레이어 마저 라이벌 팀으로 장학금을 받으며전학해버립니다. 계속된 패배 속에서 주변의 사람들은 감독의 리더십에 의문을 제기하지요. 학부모들이 들고 일어나 감독의 퇴임을요구하기 시작합니다. 학교 측에서는 코치 한명에게 감독의 자리를 대신할 것을 종용합니다. 그리고 그런 일련의 상황을 감독은아프게 바라볼 수 밖에 없었습니다.

 

근근이 생계를 이어갈 수 밖에 없는 턱없이 적은 연봉이었습니다. 그래서 낡고 오래되어 자주 멈추어서는 자동차를 바꿀 돈도없었습니다. 자주 고장나는 집안 가전제품들마저도 손도 대지 못하는 형편입니다. 그런 가난 속에서도 묵묵히 남편을 지지해주고사랑해주는 아내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불행히도 결혼한지 몇해가 지나도 아내와의 사이에서 아이가 태어나지 않습니다. 불임클리닉에서 시험관 시술을 받으려고 해도 재정적으로 감당할 능력이 되지 않습니다.

 

학교측에서 자신을 해고하려는 움직임이 있음을 알고 절망하는 이 감독에게 한 남자가 찾아옵니다. 그 남자는 날마다 학생들의 사물함을어루만지며 학생 한 사람 한 사람을 위해 기도해온 이였습니다. 이 남자는 감독에게 하나님께서 자신을 당신에게 찾아가라고 명하심을강하게 느낀다고 말했습니다. 그 남자는 요한계시록 3장 말씀을 읽어줍니다. 그리고 하나님은 준비된 자에게 역사하심을이야기해줍니다.

 

이 뜻밖의 만남 이후에 감독은 자신의 팀을 되돌아봅니다. 그리고 팀을 운영하는 방향성이 어디에 있는지 감독 철학부터 다시 세워갑니다. 마침내 감독은 선수들과 코치들을 모아 놓고 선포하기에 이릅니다.



"우리 팀의 목적은 하나님께 영광을 돌리기 위함이다"

 

하지만 선수들 대다수는 감독과 같은 믿음을 갖지 못했습니다. 건들거리고 학업도 운동도 시원찮기만 한 이 선수들은 감독의 이야기를농담처럼 받아들입니다. 그럼에도 감독은 학생들에게 신뢰를 보여주려 노력합니다.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노력하는 것이 무엇인지를가르치며 팀을 조금씩 변화시켜가기 시작합니다.

 

얼마 시간이 지나지 않아서 놀라운 일이 학교안에서 벌어졌습니다. 어느날 학교 채플수업 시간에 야외예배를 드리는 현장에서 풋볼팀의선수인 학생이 예수를 영접하게 됩니다. 이 일이 시발점이 되어 회개와 기도의 불꽃이 그 수업시간을 달구기 시작합니다. 몇 시간이지나도록 기도와 말씀이 멈추지 않았습니다. 학교 곳곳에서 서넛씩 모여 서로 회개하고 용서하며 기도하는 모습들로 가득했습니다.이른바 부흥이 이 학교 안에 일어난 것입니다.

 

이부흥 사건 속에서 회개한 한 선수는 아버지와의 관계가 깨져있는 상황이었습니다. 기도 가운데 하나님께서 아버지와 화해하길 원하심을알게된 학생은 즉시 아버지의 직장으로 찾아가 아버지 앞에서 용서를 구합니다. 그렇게 아버지와 아들의 관계가 회복됩니다. 이제풋볼팀 모두가 감독의 비젼대로 하나님께 영광을 돌리기 시작합니다.


"승리 할 때도 하나님을 찬양하고, 패배 할 때도 하나님을 찬양한다"


이 각오를 팀의 슬로건처럼 되내이며 경기에 나섭니다. 이제 변화된 팀은 기적처럼 승리를 일궈가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팀 역사상 최초로 플레이오프에 진출합니다.

 

변화된 아들의 모습에 감사한 한 학부모가 익명으로 감독에게 새로운 자동차를 선물합니다.  하나님이 그 필요를 알게 하셨다고했습니다. 팀 성적이 좋아지면서 감독의 연봉도 올라서 가정의 경제적 필요들을 채울 수  있게됩니다. 그리고 기적적으로플레이오프의 결승까지 올르게 됩니다. 이제 결승에서는 이름 그대로 거대한 팀 '자이언츠'를 상대로 챔피언 자리를 겨루는 날,그의 아내는 병원에서 임신 사실을 통보받습니다.

 

믿음 안에서 승리를 일구어가는 기적의 드라마, 사실 이 이야기에서 팀의 승리나 우승은 그다지 중요한 것이 아닙니다.

플레이오프에 진출해 들떠 있는 팀이 첫 경기에서 패배하고 탈락한 날, 모두가 의기소침해 있을때 감독이 이야기합니다. 이해할 수는없지만, 그럼에도 하나님을 찬양하자고, 우리가 이기든 지든 어쨌든 하나님은 영광 받으신다는 것이었습니다. 중요한 것은그것입니다. 중요한 것은 하나님이 승리를 주시는 것이 아니라 학생들 하나 하나의 삶, 감독과 코치들의 삶과 행동을 변화시킨것입니다. 결국 상대팀이 부정행위로 실격되면서 팀은 플레이오프 다음 라운드에 진출합니다.

 

이 영화가 개봉할 때, 미국의 영화심의기구는 어린이와 청소년의 관람을 제한한 'PG(부모 동만해야만 관람할 수 있는)등급으로 판정했습니다. 이 영화가 '지나치게 종교적''이라는 이유였습니다. 이 결정이 언론에서 논란을 일으키게 되었습니다. 결정 이후 오히려 미국 전역의 교회들이 영화 관람운동을 벌였습니다. 이 운동은 흥행으로 연결되어 놀라운 성공을 거두었습니다.

 

오랫동안 기독교 문학을 꿈꿔 왔습니다. PD로 일하는 친구 동백이와 숱한 날을 이야기하며 새로운 기독교 문학을 논했습니다. 물론내가 원하는 방식은 이 영화와는 많이 다릅니다. 내가 원하는 기독교 문학은 이 영화처럼 노골적으로 신앙을 드러내는 것이아닙니다. 기독교 신앙은 서사의 기저에 깔려 흐를 뿐 굳이 서사 자체가 '기독교적'일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C.S.루이스의 '나니아 연대기'처럼 톨킨의 '반지 전쟁'처럼 전혀 기독교적이지 않을 것 같은 판타지 서사 안에서도 신앙은 흐르고있습니다.

 

그럼에도 이 영화는 충분히 가치가 있는 영화임에 틀림이 없습니다. 일반적인 영화나 드라마의 서사에서 금기시 되는 종교성을 여과없이 드러내었음에도 전혀 어색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자연스럽고 재미있는 서사를 만들어냈고 또 관객들에게 충분한 즐거움과 감동을선사했습니다. 그리고 그 놀라운 흥행결과는,요즘 같은 시대에도 이런 스타일의 영화가 충분히 경쟁력을 가질 수 있음을보여주었습니다.

 

이미 이 시대는 딱딱하고 논리적인 이성 보다는 부드럽고 문학적인 감성이 더 큰 영향력을 지니게 되었습니다. 문학 중에서도 영화나드라마와 같은 매체가 더 큰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습니다. 그럴듯한 공약과 주장으로 점철된 연설보다 한 방울 눈물을 흘리는 장면이더 감동적으로 더 효과적으로 한 정치가를 유권자들에게 인식시켜주었다. 텔레비젼의 비쥬얼 효과를 깨닫지 못했던 닉슨이 캐네디에게미 대통령 당선 자리를 내주었던 것처럼, 이 시대적 변화를 인식하지 못하는 부류는 도태될 수 밖에 없을 것입니다.

 

그런 면에서 이 셔우드 침례교회의 영화제작은 참으로 괜찮은 시도였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 땅의 한국 교회가 앞으로 지속적으로 시도하고 발전시켜야 할 분야가 바로 무엇인지를 보여 주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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