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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가 숨쉬는 책장

꿈을 잊고 산다는 것은..

이런 이야기를 하면 우스울지 모르겠지만 대학에 입학할 무렵만해도 야기꾼은 연극 동아리에 들어가고 싶었습니다. 지금이야 전형적인 아저씨 모습이지만 그래도 중고등학교 시절엔 나름 외모도 받쳐준다고 생각했었습니다. 게다가 또 연기력도 된다는 우스꽝스러운 생각도 가졌던 것 같네요. 지금 생각하면 무척 허무맹랑한 녀석이었습니다.

중학시절 처음 연극을 보았습니다. 지금에야 대학로가 연극의 메카 역할을 하고 있다지만 그무렵만해도 아직 신촌에 연극공연이 많았던 시절이었지요. 사촌누나의 손을 잡고 처음 갔던 신촌의 연극 공연은 어느 여성극단에서 연출한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이었습니다.

그 인상이 꽤 강렬했던 것일까요? 그 무렵부터 연극에 대한 막연한 동경이 시작되었던 것같습니다. 중고등학교 시절에야 쑥맥같은 성격에 차마 나서질 못했고 늘 대학생이 되면... 하고 꿈꾸는 세계였지요.

그리고 막상 대학생이 되었을 때엔  다른 더 중요한 것들이 많아졌습니다. 목숨보다 더 소중하다고 믿었던 신념 약간과 높은 비중의 게으름 따위 앞에 연극에 대한 열망은 기억 저 멀리로 사라져버렸지요. 

나이 서른이 넘어가면서, 새삼스럽게 잊어버렸던 오래전 꿈이 기억났습니다. 그 무렵 왜 그리 연극에 몸이 닳았었는지는 기억나지 않습니다. 매일 거울 앞에서 표정연기와 발성을 연습하곤 하던 시절은 유치한 사춘기 무렵이라고 막연하고 흐릿한 기억으로만 남겼습니다. 그런데 새삼 가보지 못한 그 길이 아쉽게 다가오는건 무슨 이유에서일까요?

지금에라도 다시 기회를 갖고 시작해 보라고 하여도 사실 그러고 싶은 마음도 전혀 없습니다. 그럴 이유도 못 느끼지만 그저 막연히 아쉽고 안타까운 마음만 듭니다.

한살 두살 나이를 먹어 가면서 이전에는 보지 못했던 세계, 더 넓은 세계를 볼수 있게 되었습니다. 어릴 적에 좁은 시야로 바라보던 것들 보다는 더 좋은 것을 많이 알고 있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그 시절과는 전혀 다른 꿈을 꾸고 있는 내 모습을 봅니다. 

생각해보면 나이가 드는 것이 아니라 마음이 변했습니다. 지금의 나는 스무살 시절의 내가 결코 아닙니다. 더이상 내가 직접 연기하는 연극을 동경하기 보다는 관객으로서 즐기고 감상하는 일에 더욱 만족합니다. 그럴 기회조차 없겠지만, 내가 결코 그 꿈으로 돌아갈 일은 전혀 없을 겁니다.

그래도 그 어릴적 꿈이 아직은 마음에 아리네요. 나이가 들고 시야가 넓어지고 마음이 변했다지만, 그 좁은 세상에서만 가질 수 있었던 막연한 동경과 뜨거움과 달콤함은 이 넓은 세상에서 가질 수 없는 또다른 그 무엇이기에, 나는 여전히 그 뜨거웠던 가슴 속 동경이 사무치게 그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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