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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4

시 - 숲의 시작 메마른 사막 같던 그 곳에 나무 몇 그루 심겨질 때는 아무도 그 작은 나무들이 숲의 시작이었음을 알지 못했지 자그마한 나무가 땅 밑으로 뿌리를 내리고 양분을 빨아 들이면서 가지가 자라고 가지에 잎사귀가 돋고 그 잎사귀 위에 벌레가 살고 벌레를 따라서 산새 몇 마리가 날아올 무렵에야 비로소 사람들은 그 곳에 푸른 숲이 생겼다는 것을 알게 되었지 어느 날 사람들이 나무 몇 그루를 베어 가기 시작했어 넓푸른 숲에서 그저 나무 한 그루 정도일 뿐 이었어 처음에는 한 그루씩, 다음에는 두 그루씩 그렇게 여러 나무들이 베어지고 어느새 그 곳에는 잘려 나간 나무들의 흔적만 덩그라니 남게 되었지 그제서야 사람들은 자신들이 베었던 나무 한 그루가 바로 숲이었음을 알았어 처음에 나무 몇 그루 심겨지면서 그 곳에 숲이 생겼.. 더보기
시 - 나무 그늘 오후의 숲 언저리에 따가운 햇살을 피해 숨어든 안락의 도둑 길게 드리운 나뭇가지 밑으로 나무의 오후를 빼앗았다. 햇살은 곧게 쏟아져 오후를 덮고 어느새 잠들어버린 숲 속 꿈 속에선 햇살이 달아났다. 나무 둥치 옆으로 기대 누워 가만히 코를 골다. - 야기꾼 시(詩) - '나무 그늘' * 2001년 국민카드 주최 사이버 문학상 입선작 더보기
꿈을 잊고 산다는 것은.. 이런 이야기를 하면 우스울지 모르겠지만 대학에 입학할 무렵만해도 야기꾼은 연극 동아리에 들어가고 싶었습니다. 지금이야 전형적인 아저씨 모습이지만 그래도 중고등학교 시절엔 나름 외모도 받쳐준다고 생각했었습니다. 게다가 또 연기력도 된다는 우스꽝스러운 생각도 가졌던 것 같네요. 지금 생각하면 무척 허무맹랑한 녀석이었습니다. 중학시절 처음 연극을 보았습니다. 지금에야 대학로가 연극의 메카 역할을 하고 있다지만 그무렵만해도 아직 신촌에 연극공연이 많았던 시절이었지요. 사촌누나의 손을 잡고 처음 갔던 신촌의 연극 공연은 어느 여성극단에서 연출한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이었습니다. 그 인상이 꽤 강렬했던 것일까요? 그 무렵부터 연극에 대한 막연한 동경이 시작되었던 것같습니다. 중고등학교 시절에야 쑥맥같은 성격에 .. 더보기
장미꽃을 꺽으라 Vieillesse (Sonnet pour Helene) - Pierre de Ronsard Quand vous serez bien vieille, au soir a la chandelle Assise aupres du feu, devidant et filant, Direz chantant mes vers, en vous emerveillant: 더보기
자전거 이야기 자전거를 좋아합니다. 워낙 몸집이 커서 자전거를 타면 자전거가 많이 작아 보이기는 하지만, 그래도 자전거에 올라서 힘껏 페달을 밟고 달리는 일이, 무엇보다도 내리막 길을 달릴 때 얼굴을 스치는 바람을 한껏 느끼는 그 순간이 참 좋아서 자전거를 자주 타는 편입니다. 두발 자전거를 처음 배운 것은 어릴적 아버지로부터였습니다. 고등학교 선생님이었던 아버지는 늘 자전거를 타고 출퇴근 하시곤 했습니다. 아침이면 어머니가 싸주신 도시락을 들고 자전거에 올라타는 아버지 모습이 그렇게 멋있을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나도 아버지처럼 두발 자전거가 타고 싶었습니다. 그런데 어느날 아버지가 두발 자전거를 사주셨습니다. 한 대 밖에 없어서 늘 누나와 싸우곤 했지만 그래도 이제 두발 자전거를 가질 수 있다는 것이 아버지처럼 .. 더보기